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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실태조사, ‘가족공동체-지역사회’ 피해 확인...제주역사 재조명 ‘의미’있어한림읍 “제2차 세계대전 희생자” 명부 새롭게 확인
강제동원-4・3-6.25 피해자들 같은역사 연속선상 추념...연대의식 요구돼
박정희 정부 보상원칙 한일회담 시 생존-부상자까지 대일청구권 포함 불구...실제 사망자로 국한 ‘문제’
징용 끌려간 사람들 못받은 노임 등 처리못해...희생자-유가족 원하는 실질적 보상대책요원
고병수 기자 | 승인 2021.03.14 18:23
일제강점기 강제연행된 제주인들이 태평양전쟁에서 희생되어 진해 일본군 해군기지에서 진행된 합동위령제 모습.(사진출처=피해자 유족)

일제강점기 제주인 강제동원 실태조사 보고서(이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번 조사를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 후손들의 구술채록 작업을 시범적으로 수행한 결과 강제동원은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에게도 경제적・심리적으로 커다란 피해와 함께 영향을 끼쳤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실태조사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으로 인한 제주지역 가족공동체와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피해를 확인했고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전개한 최초의 작업이고 제주인 및 제주 사회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작업으로 커다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

특히 이번 조사 과정에서 제주시 한림읍사무소가 지난 1962년에 작성했던 “제2차 세계대전 희생자” 명부(1962년 작성)의 존재가 새롭게 확인됐다.

이 자료에는 각 마을 반장과 이장을 거쳐 최종 한림읍장이 희생자의 피해 사실을 기재한 확인서와 (사)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가입서 및 증거 서류 등이 첨부되어 있어 사료로서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강제동원 시기와 피해 일자, 강제동원 지역 및 소속부대 명칭 등이 기재되어 있어서 피해자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이에 따라 도내 각 읍·면사무소에 피해자 명부 등 관련 자료가 소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제주도내 관공서에 대한 문헌 자료 추가 조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제주인이  태평양전쟁지역에서 보낸 편지 모습.(사진출처=피해자 유족)

현지 조사 과정에서 유가족들이 피해자의 강제동원 당시 사진이나 동원된 지역에서 보내온 편지, 귀환 때 갖고 온 월급 수령 보험증서, 사망자의 경우 사망통지서나 위령제 사진 등 유품을 개인적으로 소장한 경우도 확인됐다.

이들 유품 자료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증명해주는 물적 증거이며, 비극적 고통의 역사를 보여주는 1차 자료라고 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향후 이들 유품 자료에 대한 공적이며 체계적인 수집 조사 작업이 절실하다고 판단됐다.

연구진들은 “이들 유품은 향후 태평양전쟁 희생자들을 추념하는 공간에 작은 전시공간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수장되고 전시되어 후대의 역사 교훈의 근거 자료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성산면 고성리의 경우에는 한 마을에서 강제 동원된 29명의 청년들이 전사한 증언과 함께 성산면 수산리 청년들은 강제동원에 앞서 기념으로 마을 학교 운동장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사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보고서는 “향후 제주도내 읍·면별 전체 마을로 확대 전수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수조사를 통해 유족 등이 가지고 있는 유품, 사진 등이 주요한 사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 아래 유족회와 공공연구기관(대학 연구소, 제주학연구센터 등)이 공동으로 ‘강제동원 희생자 기록 전시회’ 개최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명 박사(사진 왼쪽)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을 만나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모습.(사진제공=고병수 기자)

한편 해방 후 작성된 강제동원자 명부는 이승만 정부에서 2건, 박정희 정부에서 1건, 노무현 정부에서 1건 등 총 4건이 현존하고 있다.

이승만 정부는 1952년에 “일정시피징용자명부”를, 1957∼59년 사이에 “왜정시피징용자명부”에서 총 1천583명의 제주인들이 노무자 및 군인・군속으로 동원된 것이 파악되고 있다.

또한 박정희 정부 때인 1971년에는 일본 정부가 작성해 한국 정부에 제공한 “피징용사망자연명부”는 1970년대 소위 ‘30만 원 보상’의 근거를 이룬 자료로 의미를 갖는다. 총 619명의 제주인 사망자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부터는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신고 접수된 제주인 피해자는 총 2천890명이다.

이 자료 외에도 지난 1962년 제주도내 읍·면사무소에서 작성한 “제2차 세계대전 희생자 명부”에 대한 추가 발굴과 조사작업이 수행돼야 할 것이다.

박정희 정부는 1971년 ‘대일 민간청구권 신고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일제에 의해 강제로 징용・징병된 사람들 중 사망자와 재산권 소지자에 한해 10개월 동안 보상신청 신고를 받고 이들중 10%만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금으로 지급했다.

103만 명으로 추산되는 강제동원 피해자 중 단 8천552명만이 혜택을 받았다.

인명 보상의 경우, 지급 기준은 피징용사망자에 한해 1인당 30만 원을 지급했다. 이 액수는 당시 군인 및 대간첩작전 지원 중 사망한 향토예비군에게 지급하는 일시 급여금에 준하는 금액이었다.

박정희 정부 때의 보상 원칙은 한일회담 당시 생존자・부상자까지 대일 청구권에 포함해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피징용사망자에 국한시킨 점이 문제였다.

또한 징용으로 일본 등으로 끌려간 사람들이 받지 못한 노임 등의 미수금과 은급(恩給) 부분도 처리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많은 과제를 안고 있었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보상 대책은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제주시 소재 태평양전쟁유족회 사무실에서 회장단과 함께 일제강점기 강제연행 실태조사 관련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사진제공=고병수 기자)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희생자에 대한 보상 문제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희생자들에 대한 처우 문제, 명예회복 등 보상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방정부인 제주특별자치도 차원의 진상조사와 유가족 보상 및 특별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4・3사건 유족들과 고령의 해녀들에게 부여되는 병원진료비 또는 제주4・3 후유장애자과 차후 유족들에게도 보상에 준하는 특별지원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진들은 “제주도에서의 태평양전쟁 시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해방 이후에도 제주4・3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대참화 속에서 청장년 시기를 살았던 한국현대사, 제주현대사의 산 증인들이었다”며 “이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제주4・3, 한국전쟁의 연속적인 삶의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강제동원, 제주4・3,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해자들을 같은 역사의 연속선 상에서 더불어 추념하는 연대의식이 요구된다고 하겠다”며 “향후 이들 한국현대사, 제주현대사의 주요 고비를 넘나들었던 사람들을 새로운 역사의 주역으로 내세워 역사적 교훈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병수 기자  bsko74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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