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사단 교육수련원 원장 장동현

흥사단 교육수련원 원장 장동현.

코로나19가 초래한 변화에 대하여 분석과 전망이 넘쳐난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극복되면 우리는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올 것인가?', '그때는 지금과 무엇이 다를까?' 위기에서 인류가 망하지 않으려면 '그레이트 리셋'이 필요하다고도 한다.

'이처럼 급격한 변화와 위기의 시대에 나는,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사회적 위기에 개인과 단체는 어떤 가치지향, 행동 처방을 가져야 할까?' 세계는 늘 변화한다. 대변동과 위기의 시대에는 상응하는 행동과 대응책이 필요하다.

코로나 위기는 자연 생태계 파괴, 과도한 도시화, 자본주의 경쟁체제와 시장체제의 심화 등 사회적 삶의 구성과 운영 원리가 파괴적인 행태와 관행을 지속한 결과 야기된 재앙이다. 현상유지로는 우리의 삶과 환경이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혁명적인 수준에서 거시적인 사색과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를 극복하려면 우선 방역과 백신이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면역체계를 확립하는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착안점에서 코로나 시대의 대응방안을 고려할 때, 흥사단 정신과의 유사성 또는 흥사단주의가 주는 시사점을 떠올리게 된다.

흥사단 정신이 주는 시사점은 첫째, 근본 원인에 대한 통찰과 난관 극복을 위한 비전의 설정이다. 도산 선생은 나라를 빼앗긴 근본 원인이 ‘힘의 부족’ 임을 통찰하였다. 그러나 실력이 없음을 비관하지 않고 독립을 낙관하고 체계적 비전을 수립하여 행동하였다. 힘을 기르기 위해 인격훈련과 단결훈련을 강조하였고, 지식과 신용과 금전의 3대 자본의 동맹저축을 주장하였다. 장기적인, 철두철미한 행동적 처방이라 생각된다.
낙관하는 비전과 신념이 활동의 동력이다. 우리는 코로나19 위기의 근본 원인과 위기 극복의 가능성을 믿고 비전을 설정해야 한다. 변혁의 시기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자연과 인간의 공생적 관계 설정, 인간관계 경험의 다양성은 변하지 말아야 할 범주이다. 무너지거나 비틀린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우리는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자연과 접촉을 유지하며, 인간관계에서 감정과 교감을 나누는 다양한 경험을 확장해야 한다. 자연과 인간의 접촉, 사람 간의 교감을 통한 자극이 건강한 면역체계 형성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고 한다.

둘째, 공생과 연대와 협력의 정신이다. 도산사상은 개인의 힘기르기(인격훈련)를 신성단결(단결훈련)과 대공의식으로 긴밀하게 연결시키고 확장하여, 사회, 국가의 발전과 번영으로 이끌어간다. 코로나 사태의 한 가지 교훈은 ‘각자도생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승리하여 나만 잘 사는 길’은 없다는 점이다. 공생과 협력의 정신이 중요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운명이 함께 한다는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많은 재난과 위기의 상황에서 인간은 희생과 봉사를 통해 상호 협력하고 연대하며 살아왔다. 저널리스트 레베카 솔릿은 대지진과 911 테러 등 지구촌의 대규모 재난 사례 고찰을 통해서, 재난 속에서 많은 이들이 강렬한 ‘기쁨’과 사랑, 연대의식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재난 상황에서 발현되는 여러 가지 본성 가운데, 특히 두드러지는 본성은 회복력과 임기응변 능력, 관대함, 동정심, 용기 같은 것들이라고 하였다.

셋째, 정직과 신뢰, 개방적 소통의 깨어있는 시민의식이다. 도산선생은 정직을 생명처럼 여기고, 죽더라도 거짓말을 말라고 하였다. ‘신용’의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자고 강조하였다. 정직은 소통의 필수조건이며, 신뢰를 증진한다. 정직하고 성실한 성품은 개인적 덕성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빛을 발하고 확산된다. 성숙한 사람일수록 단결과 연대와 협력이 잘 되고, 환난상구를 통하여 사회적 공동선이 실현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에서 건전인격의 중요성이 잘 확인된다. 사회적 신뢰 수준이 높은 고신뢰 사회가 선진이고 살기 좋은 사회다.
SNS에 떠도는 가짜뉴스는 사회적 신뢰를 망치고 공동체를 파괴한다. 지도자의 정직성과 대중매체에 대한 신뢰가 더없이 중요하다. 위기와 재난의 상황에서 지도자와 대중매체가 어떻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바르게 보도하고 표현하는가가 사회를 유지하고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된다.

넷째, 동맹수련의 중요성과 가능성이다. 낙관적 비전, 연대와 협력, 신뢰와 개방적 소통의 시민의식은 동맹수련의 목표와 내용과 방법이 된다. 개인의 의지와 생각은 나약해지기 쉽다. 하지만 인간은 의미있는 타자의 기대와 시선으로 힘을 얻는다.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의 존재를 의식하면 힘이 된다. 의식의 공동체, 상상의 공동체가 가능하고, 이는 인간만이 가능한 일이다. 오늘의 흥사단 운동에서 그 존재가 희미해진 동맹수련을 복원할 필요가 있다. 동맹수련은 디지털의 가상세계에서도 가능하다.

흥사단 운동의 역사 속에서 동맹수련은 동맹독서, 동맹저축, 동맹체조, 동맹작업, 동맹수련 60개조 등으로 구체화되고 실천되었다. 흥사단 선배단우들은 반드시 대면활동을 통해서만 동맹수련을 한 것이 아니라 서로 떨어진 비대면의 개별 공간에서 '동지가 함께 한다'는 의식으로 독서하고, 운동하고, 일했다. 그 실천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개인이 동맹수련 시간을 기록하는 철저성을 보이기도 하였다.

오늘날 디지털의 공간에서는 더 풍부하게 각종 정보와 자료를 안내받아 동맹독서와 동맹운동 등을 실천할 수 있다. 연대와 협력의 시민성 함양을 위한 길도 더 넓게 열려 있다. 디지털과의 융합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동맹수련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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