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근 전) 제주외국어고 교장.

제주외국어고등학교의 일반고 전환 계획이 추진되면서 학생, 학부모, 그리고 동문들의 불안과 불만이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이 시작은 교육부가 2019년 11월 7일. 고교 서열화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자사고, 국제고와 함께 전국 30개 외고도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발표하면서부터이다.

이유는 학교 간 서열화를 조장하고 사교육을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명분이 서려면 다음 몇 가지 근본적 질문에 모두 ‘예’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제주외고가 과연 제주사회의 학교 간 서열화를 만들고 사교육을 심화시키고 있단 말인가? 과연 제주지역의 중학생들이 제주외고를 입학하기 위하여 심각하게 사교육에 몰입하고 있단 말인가? 과연 대도시의 일부 외고처럼 설립취지를 망각하고 편법으로 대학입시를 위한 지도와 진학을 안내하고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러한 질문에 필자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 제주외고를 졸업한 학생들이나 근무했던 선생님들은  제주외고를 보는 교육감의 시각이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제주외고는 지금껏 설립목적에 맞는 학생 선발과 교육과정 운영 그리고 진학지도를 해왔다.

제주외고 학생들의 입학성적이나 졸업성적 그리고 부담하는 각종 공적자금을 분석해보면 연합고사 지역 내의 학생들과 곧바로 비교가 가능할 것이다. 다만 학생들의 소속해 있는 전공분야에 맞게 외국어를 강화하고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제주외고는 고교 서열화나 사교육 조장과는 거리가 멀다.

제주외고는 2004년 개교하여 2020년 현재 1309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및 일본어를 전공하는 외국어 특수목적 고등학교로서의 정도를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제주 교육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 결정권자의 외고에 대한 시각이 어떠한지는 모르겠으나 전국 외고의 일반고 전환 국가시책에 좀 더 유연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해 당사자들과 충분한 토론 후에 결정하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과 함께 미래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의 다양한 외국어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제주의 인재육성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시책을 수용하고 따르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이지만 많은 학생들의 장래가 달려있기 때문에 좀 더 숙고했으면 하는 것이다. 전국공립외국어고등학교와 보조를 맞춰가면서 제주특별자치도의 특성을 살린 특별법을 참고하고 외국어 중점학교로 또는 IBDP 학교로 지정하여 현재 제주국제자유도시내에 있는 국제학교법인 제인스와 MOU를 체결하고 교사의 훈련에서부터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면서 제주교육의 국제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를 점진적으로 제주형 자율학교에 접목한다면 제주의 청소년들이 미래를 향한 희망의 길로 걸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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