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I도서관 사서 유홍석

DPI도서관 사서 유홍석.

까마득히 잊고 살았지만 한때 도서관 사서를 마음에 뒀던 적이 있다.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류하는 일을 좋아하는 데다 도서관과 인연도 적지 않다. 회원으로 등록해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을 이용하고 여러 프로그램도 참가했고, 지인들과 만든 독서회는 15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JDC 이음일자리 도서관 사서 모집 면접 때 이런 점을 이야기한 덕분인지 도서관 사서로 선정돼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에 있는 DPI(제주장애인연맹) 부설 새날도서방에서 근무하게 됐다.  
1주일에 3일, 하루에 4시간의 단기계약직이지만 정해진 직장으로 출근한다는 것은 긴장되는 일이면서 또한 일상생활에 활력이 더해진다.

JDC 이음일자리사업단은 격려의 의미로 명함을 만들어줬다. 또 방한조끼와 명찰, 방역용 마스크도 보내줬고 종종 연락해서 어려움은 없는지를 묻는 등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가져줘 든든하고 고맙다.

나는 오래되고 낡아 폐기할 책의 목록을 작성하고, 서가에 꽂힌 책들을 분류기호에 맞게 정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마침 신규도서 구입을 계기로 전체적으로 도서들을 재분류하게 됐는데, 분류기호와 바코드가 적힌 스티커를 하나하나 부착하는 일도 보람 있고 재미있었다.

도서관 사서를 하면서 작은 소망 하나가 생겼다. 아이들에게 구수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할아버지 역할을 해보고 싶다. ‘할아버지가 읽어주는 역사 이야기’, ‘할아버지가 읽어주는 이웃나라 이야기’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면 즐겁고 보람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소망을 가지고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하루하루가 정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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