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사무소 강선호

제주시 애월읍사무소 강선호

제주 관광을 하겠다고 찾아 온 일행들과 며칠을 함께하였다. 워낙 반가운 터라 부부동반으로 저녁을 반주와 함께 늦은 시간까지 숙소 근처를 다니게 되었다. 제주는 공기부터 다르고, 밤하늘에 별까지 선명하여 축복받은 땅이라 연신 칭찬하는데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제주는 천혜의 자연 환경과 청정이미지, 그리고 맑은 공기로 대변되는 세계적인 관광지라 하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감흥도 잠시,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로 하여 감흥이 점점 사라지고 마침내 불쾌감마저 들게 하였다. 이면도로에 양쪽 도로변으로 주차한 차량과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사람들로 하여금 깜짝깜짝 놀라게 하고 모퉁이와 인도에까지 주차되어 보행공간이 상당하게 침해 받고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담장이나 공터에는 마시다 만 음료수 병 등 생활 쓰레기가 어지럽게 버려져 있었고 상가 앞에는 물통이나 화분 등을 놓아 도로를 아예 사유화하는 실정이었다.

그래도 제주의 밤바다를 보겠다고 우리 일행은 차를 돌려 해안 변을 찾았다. 집어등을 켠 고깃배와 찰랑대는 파도 소리가 또 다른 감흥을 안겨 주었다. 일에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기에는 이만한 것도 없다 싶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주차 간격을 너무 좁게 한 탓에 차가 빠져 나오지 못하여 좀 이동하여 주라는 말에 언쟁이 붙었다 한다. 좋은 일도 아닌 것 같아 우리 일행은 생각보다 이르게 귀가를 서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우리 차 앞에 T자로 다른 차가 주차되어 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연락처도 남겨있지 않았다.

흔히, 이러한 기초질서를 이야기할 때는 미국의 범죄학자가 발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을 인용하기도 한다. 이 이론은 유리창이 깨진 자동차를 방치하자 그 지점을 중심으로 점차 범죄가 확산되어 간다는 것이다. 즉, 일상생활에서 경범죄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제때 처벌하지 않으면 결국 강력 범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이론이다.

실례로 1994년 뉴욕시장으로 선출된 루돌프 줄리아나는 이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하여 당시 범죄의 온상이었던 지하철 내의 낙서를 지우도록 하였다. 낙서를 지우는 데 수년이 걸렸지만 그 지우는 과정에서 범죄율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하철이 깨끗해지니 범죄율이 급격히 사라졌다는 것이다.

우리의 공동체에서도 이 깨진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기초질서 지키기를 확산시켜 나간다면 우리의 공동체는 밝아지고, 깨끗해져서 강력범죄를 줄일 수 있고, 우리 공동체가 조화로운 아름다움으로 다시 태어나리라 확신한다. 

이번 2박 3일에 생긴 일로 인하여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못지않게  친절과 배려와 함께 기초질서를 지키는 일 또한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느끼게 하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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