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1. 연구의 목적

1931년 만주사변을 필두로 본격적인 침략을 시작한 일본은 1937년 중일(中日)전쟁,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1941년 태평양전쟁을 발발시켰다. 일본도 1937년 7월 중일전쟁 개시 이후 전면적인 국가 통제의 필요성을 인식했다. 일본제국주의는 전쟁의 확대와 더불어 장기화에 따른 군수물자의 보급과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전면적인 국가 통제와 동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일제말기(1939∼1945년) 일본은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1938년 4월 1일 ‘국가총동원법’을 제정·공포하여 강제적이고 조직적으로 조선인을 징병·징용이라는 명목으로 동원하였다. 국내 역사학계는 물론 국가기관에서도 조선인 강제동원 시점을 ‘국가총동원법’이 제정된 때를 기점으로 보고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 등을 위해 2007년에 제정된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1항은 강제동원 희생자를 ‘1939년 4월 1일부터 1945년 8월 15일 사이에 일제에 의하여 군인·군무원 또는 노무자 등으로 국외로 강제 동원되어 그 기간 중 또는 국내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취업을 목적으로 한 조선인의 일본 이주는 노무의 계획적인 배치를 확보하기 위해 관(官)알선과 징용 등의 방법을 통해 이루어졌다.

또한 일제(日帝)는 1940년 일본의 전시체제로 돌입하면서 많은 조선인들을 군대에 입대시켰다. 해방 당시 일본의 군인·군속이었던 조선인들은 약 36만 4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수치는 일본군의 약 10%에 해당하여 강제적으로 전쟁에 끌려간 조선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군대에 가는 대신 강제적으로 탄광이나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려는  조선인들도 많이 건너갔다. 비행장, 지하 격납고 및 군사시설 등의 건설에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적으로 동원되었다. 일본은 조선인을 이주시켜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나 전쟁을 수행하는 수단으로 인식하여 강제적인 방법을 통해 동원했던 것이다.

이러한 일제강점기 상황 속에서 일본과 제주도는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본 조사에서는 일제강점기 제주인 강제연행 기록을 제주 역사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여 징병·징용으로 끌려가 고달픈 삶을 살아온 재일제주인의 이주경로와 삶, 그리고 애환을 알아보고자 한다. 그 이유는 제주도민 강제연행에 대한 생사 확인 등과 함께 이를 역사적으로 남기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 조사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제주인의 삶과 애환을 살펴보기 위해 그 당시 제주도를 떠나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제주인 1세들의 자취를 추적 발굴하고 그들의 삶을 역사적으로 고증하는데 있다.

둘째, 재일제주인 1세들은 거의 사망하였거나 노인성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서 이들 자식들인 재일제주인 2・3세를 통해 일제강점기 강제연행과  관련된 이들의 삶을 돌아보는데 있다.

셋째, 제주 선조들의 힘든 여정을 역사적으로 고증함과 동시에 일본 내 산재된 재일제주인 1세들의 삶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우리 조상들의 발자취를 걷게 해 역사교육의 장을 마련하는데 있다.

따라서 본 조사에서는 기존의 강제연행 연구에서 거의 주목하지 않았던 예비조사(역사탐방) 일환으로서 재일한인(재일제주인) 강제연행 피해자와 사망자 현황, 그리고 강제연행 관련 추모시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연구범위 및 방법

1) 연구범위

(1) 지역적 범위 : 본 조사는 일본 8개 지방 중 일부 지역에 국한하여 실시하였다〔규슈(九州), 주고쿠(中国), 긴키(近畿), 간토(関東), 주부(中部), 도호쿠(東北), 홋카이도(北海道) 등〕.

자료 : blog.naver.com/socialholic.
(2) 대상자 범위 : 본 조사는 일본 각 지역에 있는 강제연행 관련 비(碑) 조사, 재일제주인 이주경로, 수집자료, 기관방문(역사 사료관, 자료관, 박물관 등), 면담조사(연구자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3) 시간적 범위 : 본 조사는 2017년 7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6개월)이다.

2) 연구 방법

(1) 문헌조사 : 본 조사는 제주도청, 제주시, 서귀포시 등 피해신고 접수 및 심의·결과 현황,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대전기록관(일제강점기 피해자 명부), 국무총리 소속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강제연행 관련 저서, 논문, 통계자료 등을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2) 현지조사
▸국내 현지조사는 2017년 11월 9일(목)부터 11월 12일(일)까지로 국내 대전, 천안, 파주지역을 중심으로 실시하였다.
▸일본 현지조사(1차)는 2017년 7월 1일(토)부터 7월 11일(화)까지로 일본 규슈(九州), 주고쿠(中国), 긴기(近畿)지방을 중심으로 실시하였다.
▸일본 현지조사(2차)는 2017년 7월 20일(목)부터 7월 30일(일)까지로 일본 간토(関東), 주부(中部)지방을 중심으로 실시하였다.
▸일본 현지조사(3차)는 2017년 8월 8일(화)부터 8월 21일(월)까지로 일본 도호쿠(東北), 홋카이도(北海道)지방을 중심으로 실시하였다.

(3) 조사일정 및 내용

 3. 기존연구의 검토

본 조사의 목적은 일제말기(1939∼1945) 일본에 강제적으로 연행된 재일제주인 1세들의 자취를 추적 발굴하여 향후 재일제주인의 강제연행 관련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지금까지 재일제주인 연구는 대부분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져 있고 재일제주인 강제연행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연구 상황 속에서 재일조선인 강제연행과 관련하여 국내외 기존연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재일사학자 박경식(朴慶植)은 1965년 '朝鮮人強制連行の記録'을 저술하였다. 朴慶植(1965), '朝鮮人強制連行の記録', 未来社〔박경옥(2008), '조선인 강제연행의 기록', 고즈윈〕. 이 외에도 강제연행 관련 연구로는 다음과 같이 다수의 문헌들이 있다. 金英達(2003), '朝鮮人強制連行の研究', 明石書店. 朴慶植(1991),「朝鮮人強制連行についての調査研究」 , 'アジア問題研究所報'(6), アジア問題研究所. 朴慶植(1993),「朝鮮人強制連行」 , '朝鮮人強制連行論文集成', 明石書店. 김인덕(2002), '강제연행 연구', 경인문화사. 정혜경(2006), '조선인 강제연행 강제노동Ⅰ: 일본편', 선인. 정혜경(2011), '일본 제국과 조선인 노무자 공출 : 조선인 강제연행·강제노동Ⅱ', 선인.
 이 저서는 일제강점기 강제연행에 대한 최초의 보고서로서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강제연행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물이다. 식민지 노예로 혹사당한 조선인들이 얼마나 비참한 상황에 처했었는지, 어떻게 강제 연행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해방 후 어떤 차별 대우를 받았는지에 대한 실상을 공개하였다. 조선인의 강제연행 사실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던 시절에 그는 강제 연행된 조선인들의 학살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각종 문서를 조사하였으며, 조선인 징용자 및 목격자를 만나 인터뷰를 시도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는 해방 전후 일본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겪은 재일조선인 1세대의 입장에서 각종 노역으로 혹사당하고 종전 후에는 조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기본적인 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한 재일조선인들의 실상을 밝히고 있다.
둘째, 朝鮮人強制連行調査団은 1974년 '朝鮮人強制連行·強制労働の記録-北海道·千島·樺太編'을 발간한 이후 해당 지역의 특성에 따른 조사를 진행한 결과물을 시코쿠(四国), 오사카(大阪), 효고(兵庫), 주부·도카이(中部·東海), 주고쿠(中国), 간토(関東) 등 지역별 시리즈(『朝鮮人強制連行調査の記録』)을 발간하였다. 朝鮮人強制連行真相調査団(1974), '朝鮮人強制連行·強制労働の記録-北海道·千島·樺太編', 現代史出版会.
朝鮮人強制連行真相調査団(1992), 󰡔朝鮮人強制連行調査の記録-四国編󰡕, 柏書房.
朝鮮人強制連行真相調査団(1993), 󰡔朝鮮人強制連行調査の記録-大阪編󰡕, 柏書房.
朝鮮人強制連行真相調査団(1993), 󰡔朝鮮人強制連行調査の記録-兵庫編󰡕, 柏書房.
朝鮮人強制連行真相調査団(1997), 󰡔朝鮮人強制連行調査の記録-中部·東海編󰡕, 柏書房.
朝鮮人強制連行真相調査団(2001), 󰡔朝鮮人強制連行調査の記録-中国編󰡕, 柏書房.
朝鮮人強制連行真相調査団(2002), 󰡔朝鮮人強制連行調査の記録-関東編󰡕, 柏書房.

이 조사단은 일본인과 조선인의 엄밀한 공동조사로 국소적으로 행해왔던 강제연행 조사의 성과를 포함해서 새롭게 일본 열도 전역에 전개된 전시하의 강제연행을 총괄적으로 해명하였다. 특히 각지에서 모집된 조선인들은 철도나 금속광산, 조선·군수공장, 군사시설, 지하공장 건설 등을 위해 강제노동에 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셋째, 兵庫朝鮮関係研究会(1990)는 1987년부터 효고(兵庫)현을 중심으로 군수 지하공장과 조선인 강제연행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 兵庫朝鮮関係研究会編(1990), '地下工場と朝鮮人強制連行', 明石書店.

1990년 일본 효고(兵庫)현은 군국주의 시절 조선인 강제노동 이슈로 들끓었다. 역사 연구단체가 밝혀낸 조선인 3,000여 명이 징용되어 현(県)내 니시노미야(西宮)시의 지하 비행기 공장에서 강제로 일한 사실이 알려졌으며, 지하공장 콘크리트 벽에 적힌 ‘조선국 독립’이라는 글귀까지 찾아내면서 강제노동 실태를 파악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넷째, 정혜경은 2003년 '일제말기 조선인 강제연행의 역사-사료 연구'에서 식민지 지배의 잔상인, ‘피해의 역사’, 강제연행의 역사를 통해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논했다. 정혜경(2003), '일제말기 조선인 강제연행의 역사-사료 연구', 景仁文化社.

문헌자료는 물론, 노동현장을 답사하고 경험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며, 그들 삶의 궤적을 이해하려 했던 작업의 경험을 모아 정리하고 있다.

다섯째, 한일민족문제학회(2005)는 식민지시대 노동력 수탈과 관련된 국내외 주요 연구를 총망라하여 노동력, 병력, 성 동원, 귀환, 원폭 피해, 전후 보상 등으로 나누어 정리하고 있으며, 주요 논저의 해제 및 출판지, 주제별 목록을 소상히 제시하고 있다. 한일민족문제학회 강제연행문제연구분과(2005), '강제연행 강제노동 연구 길라잡이', 선인.

여섯째, 김인덕은 2008년 「일제시대 여수지역 강제연행에 대한 고찰」 이란 논문에서 일본 전역과 태평양 일대까지 여수 사람들이 끌려갔다는 것이다. 특히 여수지역 강제연행 가운데 군속으로 동원된 경우는 일본 홋카이도, 오사카, 규슈, 남양군도(南洋群島) 등지로 갔다. 결국 이 지역은 강제연행의 송출지로 다른 지역과는 차별성을 갖고 있는 특수한 곳으로 특히 배에서 생활한 경험 때문에 군함(軍艦)에서 주요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김인덕(2008), 󰡔역사와 경계󰡕,「일제시대  여수지역 강제연행에 대한 고찰」 67권, 부산경남사학회, pp.9∼29.

이처럼 일제강점기 강제연행에 대한 조사·연구는 1960년대부터 시작되어 2000년대 전후로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국내외 강제연행 연구는 한국에서 2004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진상 규명’ 관련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동 위원회가 설치 운영되면서 시민단체와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조선인 강제연행에 대해 발굴 조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본 조사에서는 재일제주인의 강제연행에 관한 현지조사를 통해 기존연구의 공백을 보완하는데 그 의미를 두고자 한다.

저작권자 © 제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