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제주 교육에도 부정적 영향 우려...수능 정시 확대는 다시 과거로 회귀”

기자회견하는 이석문 교육감.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은 17일 제주도교육청 기자실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며 “수능 정시 확대는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가 아니”라며 단오하게 수능정시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 교육감은 “제주 교육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며 “수능 정시가 확대되면 제주의 교실은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학교 현장을 더욱 혼란하게 할 것이다. ‘교육의 지동설’이 뿌리내리는 교실의 실현은 요원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한민국 교육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아이들과 인공지능이 안정적으로 공존하는 미래다. 아이들을 문제풀이 기계로 만들지 않는 미래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만들면서 ‘온리 원(Only One)’의 자존감을 갖는 미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아이들이 질 높은 공교육을 받으면서 꿈과 끼, 가능성을 100세 시대의 행복으로 키워가는 미래”라며 “현재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다. 제도의 방향성을 넘어 우리 교육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기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의 미래, 교육의 미래를 바라보며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현재 거론되는 ‘수능 정시 확대’에 큰 의문과 우려를 갖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우려 이유에 대해 이 교육감은 수능 정시확대는 미래로 향하는 발걸음을 과거로 돌리는 개편안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수능 정시 확대는 지역‧계층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특정 지역 및 학교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일반고를 위축시킨다”며 “통계를 봐도 수능 전형 비율이 확대될수록 특정 지역 학교 출신 학생들이 서울대에 입학하는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대학교의 일반고 합격생 배출 수는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교실 붕괴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며 “특정과목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문제풀이 식 수업으로 돌아갈 수 있다. 토론과 실습 중심의 학생 참여형 교육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고교 학점제’와도 배치된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대한민국 교육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수능 정시 확대는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가 아니다. 아이들의 미래는 더더욱 아니다. 제주교육의 이러한 입장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가 수렴하고 숙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전문] 이석문 제주교육감,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에 대한 입장문

수능 정시 확대는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가 아닙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이 자리에 함께하신 언론인 여러분.

대한민국 교육은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아이들과 인공지능이 안정적으로 공존하는 미래입니다.
아이들을 문제풀이 기계로 만들지 않는 미래입니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만들면서 ‘온리 원(Only One)’의 자존감을 갖는 미래입니다.

제주를 비롯한 한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동등한 조건 위에서 고유의 전통과 향, 교육과정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미래입니다.
‘교육의 지동설’이 뿌리내리고 아이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교실이 살아있는 미래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질 높은 공교육을 받으면서, 꿈과 끼, 가능성을 100세 시대의 행복으로 키워가는 미래입니다.

현재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도의 방향성을 넘어 우리 교육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기로입니다.
아이들의 미래, 교육의 미래를 바라보며 공론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기에 현재 거론되는 ‘수능 정시 확대’에 큰 의문과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미래로 향하는 발걸음을 과거로 돌리는 개편안이기 때문입니다.

수능 정시 확대는 지역‧계층의 격차를 심화시킵니다.
수능 비율 확대는 특정 지역 및 학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여 일반고를 위축시킵니다.
통계를 봐도 수능 전형 비율이 확대될수록 특정 지역 학교 출신 학생들이 서울대에 입학하는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같은 대학교의 일반고 합격생 배출 수는 감소했습니다.

교실 붕괴가 심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특정과목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문제풀이 식 수업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방향에도 어긋납니다.
토론이 아닌 시험 중심, 배움이 아닌 주입 중심, 과정이 아닌 결과 중심의 수업과 평가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토론과 실습 중심의 학생 참여형 교육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고교 학점제’와도 배치됩니다.
수능 정시 확대로 아이들 교과목 선택권이 축소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담아낼 교실 수업 개선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제주 교육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수능 정시가 확대되면 제주의 교실은 다시 과거로 회귀할 것입니다. 학교 현장을 더욱 혼란하게 할 것입니다. ‘교육의 지동설’이 뿌리내리는 교실의 실현은 요원할 것입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이를 폐지하여 수능 정시를 확대하는 것은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지금의 긍정성을 살리면서, 국민의 지혜를 모아 문제점을 보완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합니다.
궁극적으로 고교학점제 시행에 대비한 미래지향적인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번 공론화의 취지에 부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교육은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수능 정시 확대는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가 아닙니다. 아이들의 미래는 더더욱 아닙니다.
제주교육의 이러한 입장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가 수렴하고 숙의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7월 17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이 석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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