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이선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지난 연말 삼도2동 문화공간 ‘이아’에선 무근성 마을의 옛이름 성짓골 이름을 딴 성짓골합창단의 아름다운 합창이 온 동네에 종소리처럼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주민들로 구성된 성짓골소리 합창단은 지난해 7월 창단해 5개월간의 연습 끝에 온 마을 주민들을 초청한 첫 연주회를 열었고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성짓골 합창단원은 7세부터 80세 후반까지 다양하다. 무근성 마을회장님을 비롯해서 경로당 어르신들이 주축이 되고, 초등학생인 손자들은 물론 아들과 며느리들이 단원이다. 연습 내내 단원들은 가족과 동네, 마을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고, 화기애애하게 연습하며 공연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드디어 공연 날, 곱게 화장을 하고 단복을 입고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했고 공연이 끝난 후 어르신들은 5년이나 10년은 젊어진 것 같다고 행복해하셨다. 노래를 부르며 새삼 동네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온몸으로 느낀 감동의 순간들이었노라고 말씀하셨다.

필자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마을의 작은 문화운동이 온 동네주민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문화의 힘을 보았다. 원도심의 오래된 동네, 저녁이면 일찍 어두워지는 조용한 동네에서 주민들의 마음을 모아 부르는 노래로 동네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환해져, 마을이 활기를 되찾고 기쁨을 나누는 작은 기적을 경험하였다.

평범한 일상들이 문화의 핵심요소가 될 수 있고, 주민들 삶의 공간인 골목을 춤추게 하는 문화운동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엘리트 예술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문화가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 모두의 것이며, 남녀노소 불문하고 평범한 시민들의 문화향유가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화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화정책을 너무 어렵고 위대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문화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제주도정은 사상 처음으로 올해 문화예산을 전체 예산대비 3% 넘게 책정했다. 즉 5조297억 중 2772억이 문화예산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3%의 문화예산의 쓰임새이다. 매머드급 기획으로 관광객을 유치한다거나, 전문가들만의 네트워킹을 위한 예산이 아니라 도민을 위한 문화가 필요하고 도민 한 명 한 명마다의 문화향유를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도민 각 개인들의 문화지수, 문화 향유력이 높아져야 문화예산이 도민행복에 기여하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욱 낮게, 따뜻하게, 친절하게 도민들이 사는 골목 안까지 문화정책이 스며들어야 한다. 사람 몸속의 모세혈관이 튼튼해야 몸 전체가 건강하듯 서민들의 지친 삶에, 그들의 생활이 있는 골목마다에 생기가 돌아야 문화도 만개할 수 있다.

문화가 전문가들의 가르침에 의해서가 아니라 저절로 도민들에 의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문화 생태계는 멀리서부터가 아니라 마을마다 골목의 낯익은 주민들이 서로 만나 스스로 즐기는 자생력에서부터 시작돼야 가능할 것이다.

2018년도 문화정책과 예산은 성짓골합창단의 고운 노래처럼 설레는 감동과 기쁜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는 골목골목 생활 속 문화운동에 바쳐지길 그래서 도민들이 문화로 행복한 문화생태계의 기본정신에 맞춰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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