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관훈토론회는 뉴스의 인물을 초청해 깊이 있고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토론회로 정평이 나 있다. 관훈클럽은 남경필 경기도지사, 안희정 충청남도지사,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등 네 명의 지방자치단체장을 초청해 관훈토론회를 개최했다.

원희룡 지사 토론회는 제주도를 강타한 태풍 '차바'의 피해가 심각해 10월 19일로 연기했다.

토론회 장소는 모두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이다. 관훈클럽이 네 명의 지방자치단체장을 연속으로 초청해 관훈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4명의 정치적 역량과 지도력을 평가받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그동안의 정치활동 등을 바탕으로 더 큰 정치를 지향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2017년에 실시되는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전문내용]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원희룡입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의 대표 언론인들과 저명한 원로 언론인들 앞에서 소신을 밝힐 기회를 가진 것은 제게 큰 영광입니다.

계층상승이 가능한 공정사회 만들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기로에 서 있습니다. 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다시 충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을 계층상승이 자유로운 나라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로 만드는 것입니다.

사회발전은 국민 개개인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어려움을 견디고, 변화에 도전하는 희망과 성취욕구가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유례없는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은 해방과 전쟁을 거쳐, 기존질서의 해체 위에 끊임없는 혁신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성공의 성과가 기득권에 집중되고 그들의 독점과 세습이 발전 동력을 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성장의 동맥이 기득권에 의해 막혀있습니다.

저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물려받은 재산은 없었지만 지금의 성취가 가능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급속한 발전과정에서 주어진 기회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러한 성취가 가능한 대한민국이 자랑스럽습니다. 물려받은 게 없어도 성취를 꿈꾸고 도전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대 대학시절에는 사회정의를 위해 민주화운동에 참여하였고, 30대에는 사회운영과 경제성장의 책임감에 눈을 떴습니다. 뜨거웠던 청장년 시절을 지나면서 저는 민주화와 정의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국민들의 노력도 살려나가야 한다고 깨닫고 그것을 저의 책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민주화와 산업화의 힘을 함께 살려 나가려면, 가난한 가정의 자녀도 최고의 전문가가 될 수 있고, 쌀가게 직원도 최고의 기업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활짝 열어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정책이 공정경쟁, 혁신선도, 중산층 증가, 최저기본선보장을 이루어야 합니다. 즉, 대기업은 세계경쟁에 몰두하고, 중소혁신기업은 한 단계 위로 올라서며 중산층이 사회 곳곳의 활력과 안정을 지키고 국민은 누구나 최저기준을 보장받는 사회로 향해 가야 합니다.

이런 과제는 경제분야뿐 아니라 사회분야, 정치분야의 최우선 과제이기도 합니다. 공정경쟁을 위해 경제민주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순환출자, 탈세, 가족 친인척 승계에 엄격한 정의의 잣대를 들이대야 합니다.

기업의 몫은 인정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경제주체의 몫을 빼앗는 독식이어서는 안 되고 공정한 배분과 생산적 재투자로 가야 합니다. 이것이 제대로 된 시장경제의 힘입니다.

공정경쟁이 올바른 성장이고, 경제민주화가 성장정책입니다. 생물학적 유전자를 물려받은 가족이라는 요인보다 공정경쟁에 의해 검증된 실력이 지배하는 시장경제일 때, 우리 기업과 사회를 훨씬 경쟁력 있게 만듭니다. 혁신에 자금과 인재가 몰리고, 혁신기술 자금시장을 활성화해 한국판 구글, 한국판 테슬라가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중산층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만들어줬던 교육과 주택이 지금은 중산층 붕괴와 가계부채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허물어진 공교육을 살리고 과열된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합니다.

또한 젊은 세대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제 주거는 복지이며 저출산 대책의 든든한 디딤돌입니다. 육아에 대한 지원, 노후 보장, 절대빈곤 해소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합니다.

물론 한 번에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방향을 잡고 힘차게 발을 내디뎌야 합니다. 돈이 없다고 말만 하지 말고, 재원마련에 과감하고 폭넓은 실천적 합의를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먼저 나설 것을 제안합니다.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이 기득권과 소속에 얽매이지 말고 대한민국의 큰 변화를 위해 국정의 방향과 분야별 정책을 토론하고, 협약하고, 실천하는 테이블을 만듭시다.

그러면 정치에 대한 신뢰도 높아질 것이고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도 늘어날 것입니다.

언제든지 역할이 필요하다면 제가 먼저 나서겠습니다.

협력의 정치문화가 가능한 공존사회 만들겠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갈등 때문에 한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업의 구조조정, 노동의 고용유연성, 사회안전망 확보라는 절실함을 잊고 대립만 계속 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한 분노와 증오를 쏟아낼 뿐 사회적 존경과 신뢰의 기반은 취약하기만 합니다. 정치도 투쟁의 리더십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분노, 증오, 진영대립과 투쟁은 쉬운 길이지만 포용, 공감, 대화, 협력은 어려운 길입니다. 어렵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포용과 공감, 합리성과 신뢰의 리더십입니다. 좌우 진영을 뛰어넘는 협력정치가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정당정치와 의회구조, 이것을 집행하는 정부구조로 바꿔야 합니다. 과반의 합의를 통해 정책이 이뤄질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 대연정도 가능한 정치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선장도 구명정도 보이지 않는 한국경제와 한국 사회의 과제인 규제완화, 구조조정, 노동유연성, 복지확대를 서로 타협하고 조정할 수 있습니다. 흑백논리를 이용한 투쟁세력은 포용을 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이들이 주도권을 가지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 출발은 개헌입니다.

승자독식에 의한 권력 독점,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권력 분점, 연정과 협치, 획기적인 지방분권 실천을 통해 국력소모를 줄이고 정치안정을 이뤄내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세대를 위해 사심 없이 바꿔낼 수 있고, 대한민국이 가야할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어 예측 가능한 정치를 실현해야 합니다.

이러한 미래,‘ 원희룡 세대’가 만들겠습니다. 민주화시대를 거치면서 권위주의를 깨고 수평적인 소통문화와 토론문화에 익숙한 우리세대입니다.

부모세대에 받은 고성장의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고, 후세에 물려줄 시대적 책임이 저희에게 있습니다. 정치의 틀을 바꾸고, 탈권위주의와 양극화 해소, 대한민국의 저력을 제대로 발휘시킬 사회문화 환경은 세대가 바뀌어야 가능합니다. 세대교체는 정치문화의 교체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최소한 공동의 국가적 과제에 합의할 수 있는 ‘팀워크 정치’를 만들어 진영을 뛰어 넘는 협치를 이뤄내겠습니다.

저는 제주에서 협치의 과정을 배우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도지사로 취임하며 삶의 현장에서, 미래를 향한‘ 협치’를 약속드렸습니다.

문화와 도시재생에서 시작하여 이제 환경과 농업부분으로 민관협치를 더 확대시켜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도민들과 힘을 모아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귀한 씨앗도 뿌렸습니다.

지난 해 파리기후변화협약회의에서 소개된 전기자동차, 스마트 그리드로 만들어가는 탄소제로섬‘ 제주 프로젝트’를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할 미래 성장 동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품격 있게 살아가기를 지향하는 제주 스마트 시티, 스마트 관광 등 효율적인 미래 시스템 역시 제주에서 준비되고 있습니다.

강남에서는 고액의 코딩과외가 유행이라는데 제주에서는 사교육비 절감과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위해 공교육 영역에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외국자본 투자사업 때에는 고용인력의 80%를 제주도민에 우선 채용하도록 하는 ‘제주형 청년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왔습니다. 이처럼 제주라는 창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볼 수 있게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정치변화를 향한 시선 놓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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