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문화유산답사회 회원들이 제주 선사문화를 체험하는 모습.

제주의 선사문화를 주제로 이번 답사가 이뤄졌다.

처음에는 제주의 유적과 유물을 자료로 해 국사 시간에 배웠던 사실들을 정리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준비를 하다 보니 걸림돌이 되는 것이 너무 많았다.

우선 제주에 남아있는 유적이 대부분 발굴조사를 끝낸 후 다시 덮어버린 상황이라서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나마 볼 수 있는 곳을 찾아보니 패총, 바위그늘집자리, 고인돌 정도였다.

이렇게 직접 볼 수 있는 가짓수가 제한되었고 또 제주의 역사에 대해 모르거나 정리가 덜 된 부분이 많았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제주의 고고학적 발굴 성과는 육지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편이고, 앞서 언급했듯이 유적들이 제대로 된 틀로 관리되는 것도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제주 초기 역사의 특징들은 육지부와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간과했다.

제주의 지방사, 미시사를 다뤄야할 입장에서 지푸라기만한 지식에 기대어 중앙에 의한 역사, 거대 담론을 붙잡고 앉아 있었으니. 제주도의 역사를 가지고 신석기다 청동기다하고 시대구분을 하고 유물을 나누고, 그렇게 조각조각 끊어내는 접근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역사란 조각조각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토기조각을 이어 붙이듯 끊어진 조각들을 이어붙이는 작업이라는 것을 깜빡했다.

결국 답사는 국사 시간에 다루었던 내용들을 이야기하고 차로 이동하면서 둘러보는 것이 되어버렸다. 처음 계획과 진행 자체는 별반 다를 것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완벽히 계획에 맞았던 것도 아니어서 내 입장에서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가하고 안내자로서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참가한 사람들이 수고했다고 잘 들었다고 했을 때는 뿌듯함보다도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더 짙게 배었다.

차라리 관점을 바꿔서 조금만 더 노력했다면 그 옛날 제주에 살던 사람들이 탐라국을 이루기까지의 모습들을 추측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평소에 단순히 관련 지식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그 문제에 대해 사고하고 탐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도 막상 이번 답사에서는 그런 과정을 제공해주지 못한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까왔다.
다음 에는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참가자들이 해당 주제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보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고정우 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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